이 장면의 한 끼
속이 안 좋은 날의 한 끼는 메뉴 추천이 아니라 자극 제거입니다. 매운것, 기름, 유제품, 생것, 탄산이 한꺼번에 용의선상에 오릅니다. 사람마다 범인이 다르니 평소 자기 위를 아는 쪽이 레시피보다 중요합니다. 기본값은 따뜻한 탄수화물과 수분입니다. 죽, 미음, 식은 밥에 뜨거운 물, 맑은 국수 같은 것들입니다. 맛은 나중에 돌아옵니다. 오늘은 통과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억지로 ‘잘 챙겨 먹어야지’ 하며 고기 한 점을 올리면 속이 한 번 더 일을 합니다.
고르는 순서
물 한 모금으로 시작합니다. 그다음 따뜻한 죽이나 누룽지. 그게 내려가면 바나나, 토스트, 맑은 국 순입니다. 한 번에 접시를 채우지 말고 20분 간격을 둡니다. 커피는 위를 자극하니 차나 보리차로 바꿉니다. 눕기 전에는 양을 더 줄입니다. 속 안 좋은 날 야식은 다음 날 오전까지 이어집니다.
자주 빠지는 함정
매운 음식으로 체기를 뚫으려는 민간 요법이 가장 흔한 함정입니다. 잠깐 땀이 나면 나은 것 같고, 한 시간 뒤 속이 더 예민해집니다. 우유로 속을 달래는 것도 사람마다 반대입니다. 유당이 부담인 날에는 더 더부룩해집니다. 배달 앱의 ‘부드러운 음식’ 필터에 크림 파스타가 뜨는 것도 함정입니다. 부드러움과 가벼움은 다릅니다.
집에서
흰죽에 간장은 나중에, 소금은 조금. 생강차나 보리차를 옆에 둡니다. 밥이 있으면 누룽지를 눌러 물에 끓여도 됩니다. 냄새 강한 반찬은 뚜껑을 덮고 치웁니다. 시각과 후각이 위를 먼저 자극합니다.
밖에서
밖이라면 죽집, 콩나물국, 온면의 맑은 버전입니다. 대기 줄이 긴 집은 가지 않습니다. 이동과 기다림이 속을 흔듭니다. 편의점이면 흰죽과 바나나가 햄버거보다 먼저입니다.
이 글이 해당하지 않을 때
통증의 위치가 오른쪽 아래이거나, 고열이 있거나, 피가 보이거나, 물을 못 마시면 이 글의 범위가 아닙니다. 병원과 약국의 자리입니다. 속이 안 좋은 모든 상태를 죽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적지도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