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면의 한 끼
저예산 데이트의 식사가 실패하는 지점은 메뉴가 아니라 체력입니다. 두 시간을 줄 서서 만 원짜리 면을 먹으면, 그 면은 만 원이 아니라 주말 오후의 전부입니다. 분위기라는 단어를 조명과 혼잡도로 바꿔 생각하면 고르기가 쉬워집니다. 조명이 조금 낮고, 서로 말이 들리고, 계산이 복잡한 코스가 아니면 됩니다. 분식, 백반, 칼국수, 막국수, 시장 국밥이 이 조건에서 자주 이깁니다. 코스 요리는 예산뿐 아니라 대화의 리듬도 묶습니다. 접시가 바뀔 때마다 대화가 끊기면 싼 백반보다 못 한 저녁이 됩니다.
고르는 순서
먼저 걸어서 15분 안 지도를 봅니다. 이동이 길면 예산이 교통으로 새고 피도 피곤해집니다. 그다음 줄이 없는 시간대를 고릅니다. 같은 집도 오후 두 시와 여섯 시가 다릅니다. 메뉴는 둘이 나눠 먹기 쉬운 한 상 또는 한 그릇 둘입니다. 디저트는 식당 안에서 억지로 시키지 말고, 근처 빵집이나 편의점 아이스크림으로 옮겨도 됩니다. 그 이동이 데이트의 장면이 됩니다.
자주 빠지는 함정
SNS에서 본 ‘가성비 코스’가 실제로는 인원 제한과 대기 번호인 경우가 많습니다. 가성비의 가성은 가격이지 시간이 아닙니다. 또, 더치페이를 두고 눈치를 보며 더 비싼 메뉴를 고르는 습관입니다. 예산을 미리 한 문장으로 맞춰 두면 메뉴판이 편해집니다. ‘오늘은 만 원대 국수로 가자’가 로맨스를 망치지 않습니다. 침묵을 메우려고 술을 빠르게 올리는 것도 저예산 저녁을 비싼 다음 날로 바꿉니다.
집에서
집이면 밀키트 하나와 마트 꽃 한 단이 식당 코스보다 말이 적게 끝납니다. 설거지를 나누면 그게 대화입니다. 다만 한쪽만 요리하고 한쪽만 기다리는 구조면 집이 식당보다 불공평해집니다. 역할을 미리 나눕니다.
밖에서
시장 골목의 국수, 대학가 백반, 평일 점심 가격이 저녁에도 유지되는 집이 표적입니다. 예약이 되는 작은 식당은 줄보다 낫습니다. 편의점 도시락을 한강에 들고 가는 것도 이 글의 범위 안입니다. 앉을 자리와 날씨만 맞으면 됩니다.
이 글이 해당하지 않을 때
기념일과 첫 만남을 저예산 원칙으로 강제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 날은 예산을 다른 항목에서 줄이면 됩니다. 이 글은 자주 보는 사이의 평범한 주말을 위한 것입니다. 상대가 특정 음식을 못 먹으면 가격표보다 그 조건이 먼저입니다.